📅 날짜: 2025-06-13, D+19
🍼 오늘의 이야기 : 강철이의 할매 상봉
처음으로 강철이가 할머니를 만나는 날.
우리 엄마는 63살 인생에 첫 손주를 만나는 기대감에, 처음 임밍아웃을 하던 날부터 폭풍 눈물이었다.
강철이를 배에 품고 있는 동안 살짝의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의 표현을 받아들이는 데 미숙한 각자의 부족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출산하는 날부터 본인이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니냐며 몇 번이고 말하는 걸, 어차피 보호자인 나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하며 좀 더 기다리게 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강철이를 만나러 할매가 등장했다.
할매는 강철이를 보러 올 때를 대비할 겸 중고차도 K7으로 구매했다.
첫 방문은 기차를 타고 왔는데, 그 와중에도 반찬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우리 외가의 특징이긴 한데, 진짜 못 말린다.
안동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형한테 이걸 왜 들고 가냐고 쿠사리 먹고, 포항에 도착해서는 나한테 왜 돌고 왔냐고 쿠사리 먹었다.
그래도 뭐,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인데, 말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해도 그 정성과 그 사랑이 감사하다.
해줄 때는 진짜 좀 안했음 하는데, 진짜 안해주면 섭섭한
알 수 없는 자식의 마음이다.
드디어 강철이와 첫 만남.
강철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예전에 아들 집에 왔더라면 음식도 하고 청소도 하려고 해서 의도치 않게 우리를 힘들게 했었겠지만, 이제는 강철이만 안고 있어서 덜 힘들게 되었다ㅋㅋ
강철이를 내내 품에 안고 있고, 축복해주고, 기도해주고, 칭찬해주고… 얼마나 손녀딸이 보고 싶었을까?
그리고 사진으로 봐서는 늘 순한맛 강철이를 봤을 텐데, 강철이의 매운맛도 보게 됐다.

아내가 '강철이 매운맛을 보셔야 우리를 도와주러 자주 오시지'라고 한 말에서, 시어머니가 본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고마웠다.
그렇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세 여인과 행복했고, 강철이가 우리에게 옴으로써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새벽 수유 내내 엄마는 매번 일어나서 수유해주고 트름을 시켜줬다.
엄마는 그렇게 나도 키웠나 보다.
내가 기억이라는 걸 하기 전부터, 엄마는 그렇게 나를 키웠나 보다.
📅 날짜: 2025-06-14, D+20
🍼 오늘의 이야기 : 출생사진 촬영과 아내의 첫 외출
강철이의 베이비뵨(출생) 사진 촬영이 있었다.
원래는 태어나서 일주일 이내 촬영을 하던데, 우리는 조리원과 연계된 사진관이 아니었고, 외출이 엄격히 금지된 조리원이었던 터라 거의 20일이 되어서야 촬영을 했다.
첫 외출에 아내도 긴장한 듯했다.
그래도 미리 가방을 모두 챙겨놓고, 시뮬레이션까지 해놓은 아내 덕분에 아내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문제가 없었다.
나도 강철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아무래도 아내가 강철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테니, 나는 아내의 의견과 육아법을 따르고 지지하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잔소리 많은 시엄마(우리 엄마)도 아내의 말을 많이 따라주려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봐온 우리 엄마 성격에는 그렇다.)
그렇게 강철이를 데리고 베이비파스텔에 가서 촬영했다.
아주 천천히, 긴장하면서 운전해 가는 와중에도 아내가 참 오랜만에 외출하는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진 촬영하는데 강철이 손과 발을 꽁꽁 묶어서 신생아처럼 자세를 만들어 촬영하는데, 작가님이 참 잘하시는 것 같았다.
사진 촬영 내내 쪽문으로 안을 구경하는 강철할매.

촬영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서 회를 사 오고, 이내 강철이 큰아빠(형)도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형은 예전에 조카 쌍둥이가 클 때도 그렇고, 혹시 자기 때문에 아기가 아플까 봐 안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무뚝뚝한 본인 성격답게 강철이 볼만 한 번 건드려보고 절대 안아보지는 않았고, 집 오자마자 첫 하는 말이 "빨리 가자"라며 본인 스타일로 멋 없게 반가움을 표현한다.
여튼 그렇게 강철이가 할매와 큰아빠를 처음 만났고, 출생 사진도 잘 찍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데도 최대한 모든 것을 고려해서 준비하는 아내에게 경이를 표한다.
그리고 본인이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며, 드라이브며, 깔끔한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을 오랫동안 참고 노력한 아내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오랜만에 짧은 원피스에 내가 사준 신발을 신은 아내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이쁘고 사랑스러웠다.
📅 날짜: 2025-06-15, D+21
🍼 오늘의 이야기 : 출생사진 촬영과 아내의 첫 외출
외할아버지와의 첫만남. 드디어 외할아버지와 강철이가 첫 만남을 했다.
항상 표현도 많이 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우리 장인어른, 아버지.
조리원 퇴소하는 날부터 보고싶어하셨는데, 동물병원 쪽에 업무 차 방문하실 일이 있으셔서 강철이와의 첫만남이 좀 늦어졌다.
그 시대 어느 아버지들이 그러시듯 장모님은 장인어른에게 본인 육아는 하나도 안 도와주셨다면서 투정을 부리시지만, 장인 장모님 모두 두 분의 나름의 정성으로 아내와 처제를 키우셨으리라.
안아보시라고 해도 불안해서 안지도 못하시고, 강철이가 누워서 자고 있는 역방쿠 앞에 쪼그려 앉으셔서 한참이나 바라보신다.
그리고 몬난이 인형 같기도 한 강철이의 이쁜 점만 콕 찝어서 찾으시고, 연신 감사하다며, 이쁘다며, 그러면 됬다며 웃으신다.

채원이라는 이름의 한자어를 추천해주신 장인어른, 그리고 자연스레 우리도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이름을, 되려 우리에게 선택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정말 감사한 장인어른.
그리고 기저귀가는 스킬이 늘어나는 장모님. 아내가 강철이 기저귀 가는 법과 분유 먹이는 방법을 장모님께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30년 전에 장모님이 아내 기저귀 갈고 분유 갈고 다 해주셨었는데, 입장이 바뀐 이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다.
그렇게 강철이와 함께한 주말이 지나간다.

'강철대디의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산 후기] 포항여성아이병원 자연분만(유도분만) 리얼 솔직후기 (11) | 2025.07.06 |
---|---|
[육아일기] 원더윅스를 보내는 한 주간도 '행복해봤다' (9) | 2025.06.23 |
[육아일기] 동물원 우리에 있다가 사바나 초원에 뿌려진 사슴 같았던 우리 세 가족 (11) | 2025.06.13 |
[육아일기] 내 손가락을 잡은 아기와 입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아빠의 하루 (11) | 2025.06.11 |
[육아일기] 조리원에서 처음 아기를 안은 날, 조리원에서의 출퇴근 (9) | 2025.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