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은 5월 24일이었고,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5월 24일 아침 10시에 입원해서 태동검사랑 간단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옥시토신 촉진제랑 포도당 링거를 함께 맞기 시작했다.
점심까지는 정말 여유로웠다.
금방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고, 아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진통은 없고, 허리가 좀 뻐근하다고만 했었다.
5월 24일 오후
16:55 자궁문이 2cm 열림
18:52 드디어 진통 시작
하루만에 끝날 기세는 아니었고, 19:23 가족분만실에서 하룻밤 자기로 결정
밤 12시까지도 진통은 계속됐고, 아내는 허리를 많이 아파했다
진통은 주기적으로 왔고, 아내 배에는 태동 측정기와 자궁수축 장비가 설치됐다
무통주사를 기대하며 촉진제는 끊고 잠을 청했다
5월 25일, 출산의 날
- 06:10 자궁문은 여전히 2cm
- 아내는 진통을 허리로 느끼며 극심한 고통을 겪음
- 08:40 3cm, 양수 파열 → 무통주사 맞을 수 있게 됨
- 10:00 무통주사 맞고 잠시 휴식
- 12:10 5cm
- 13:03 9cm → 분만 준비 돌입
출산의 순간
무통주사를 끊자고 의료진이 말했을 때, 아내는 “무통주사 다시 켜주면 안 되냐”고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원래 아내는 조금 엄살 있는 편인데, 그날은 정말 독하게 버티고 있었다.
진통이 절정에 달했을 때 아내는
출산 전 심호흡 연습을 함께 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가 1부터 10까지 세는 동안 참고, 아래로 힘주는 방법.
고통 중에도 아내는 그 호흡을 따라줬고, 나름대로 도움이 됐다.
하지만 막판에는 의료진이 1부터 20까지 더 천천히 세아리며 한 번 더 힘주라고 했고,
그 순간 ‘우리가 더 독하게 연습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14:52
아기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뚫어뻥 같은 도구로 머리를 끌어내고, 어깨가 걸려 간호사가 아내 배를 눌러가며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히 쓰지만, 정말 애가 탔다.
나는 아기 울음소리를 바로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소리가 없었다.
가위까지 간호사가 들고 뛰어가고, 응급처치가 이뤄졌다.
그제야 들린 작고도 힘 있는 울음소리. 앙칼지고, 살아 있다는 울음.
간호사가 아기의 눈코입을 확인하고, 입천장을 손가락으로 터치해가며 검사하는 모습은 정말 프로페셔널했다.
그들에게는 일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생명이었다.
그 손길 하나하나가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생명의 첫날
너무 작고, 너무 뜨거운 아이.
팔, 다리 길쭉하고, 눈은 아직도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정말 외계인 같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중한 걸까.
그리고 그 고통을 다 이겨내준 아내.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도 있을 고통을, 그 순간엔 몸으로 다 받아낸 아내를 보며 존경심이 들었다.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짧은 글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
이 모든 감정은 사실 지금 이 글에도 다 담기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영화 같았고, 아기의 울음 한 번, 아내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전부 기억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전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사람을 사랑하게 됐고,
조금 더 겸손하게 생명을 대하게 됐다.
이 글을 나중에 다시 보면 또 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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