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아기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다.
예정일보다 하루 늦은 5월 25일 오후 2시 52분. 긴 유도분만 끝에 아내는 온몸을 던져 아기를 세상에 데려왔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24일에 입원했고, 하루 넘게 이어진 진통. 중간에 무통주사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진통을 이겨내던 아내. 내가 옆에서 도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아내의 고통, 그리고 미안함
출산을 마친 아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출혈이 많았고, 앉는 것도 서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진통 중에도, 출산 후에도… 계속 아프다고 했다. 그 고통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게 참 미안했다.
그래도 나를 보며 힘들게 웃어주는 아내를 보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말 한 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지쳐 있었지만, 아이를 위해, 우리를 위해 모든 걸 견뎌낸 아내. 진짜 멋있다.
강철이, 처음 마주한 작은 생명
그렇게 세상에 나온 우리 아기. 얼굴이 새빨갛고, 머리는 엄마 자궁문을 뚫고 나오느라 찌그러지고 긁힌 상처까지 있었다. 너무 작고, 아직 생생한 울음도 들리지 않아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들이 빠르게 응급처치를 해주시고, 얼마 안 가서 작지만 힘 있는 울음소리를 내줬다.
그제야 진짜 우리 아이가 태어났다는 실감이 났다. 외계인 같기도 한데, 내 눈에는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강철이”라는 이름처럼 단단하고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드린 전화, 그리고 울컥함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다. 양가 부모님께 가장 먼저 연락드렸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울먹이는 목소리와 안도하는 한숨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에게 “수고했다”라고 해주시는 말씀이 참 과분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긴 하루였다. 아니, 긴 이틀이었다. 단순히 날짜가 넘어간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시간들이었다.
아내의 고통과 인내, 강철이의 첫 울음, 부모님의 축하, 그리고 내가 느낀 벅찬 감정들.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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