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 병원 입원 중, 아기 보는 즐거움
출산 후 병원에 입원했다.
하루에 세 번, 아침·점심·저녁
신생아실에 아기를 보러 가는 그 시간이
요즘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신생아실에 누워 있는 아기들 모습도 귀엽지만,
유리창 너머 우리 아기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다른 엄마 아빠들의 얼굴도 어딘가 귀엽고, 흐뭇하다.
어제보다 얼굴이 좀 더 이뻐진 것 같다.
조금씩 부기가 빠지면서 표정도 달라졌다.
아기의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은채’와 ‘채원이’, 두 이름 사이에서 계속 고민 중이다.
이름이 가진 의미, 울림, 부르기 편한지…
무엇보다도 어떤 이름을 붙이든
좋은 아이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출산하느라 씻지도 못한 아내.
오늘은 아내 머리를 감겨주기로 했다.
샴푸실로 데려가서,
천천히, 정성껏 감겨줄 생각이다.
출산 직후의 그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를
저녁엔 짐빔하이볼이랑 라면, 간단한 야식을 사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었다.
입원실에서 아내를 도우며 심부름도 하고, 부축도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그 사이사이 시간이 조금 무료하긴 하다.
그렇게 무심코 먹은 야식이 참 맛있었고,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5월 27일 – 조리원 첫날, 처음 안아본 우리 아기
오늘은 병원과 연계된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조리원은 마치 작은 원룸 같다.
침대, 아기침대, 책상, 세라젬 안마의자까지.
이 공간에서 한동안 머물 수 있도록 축하금을 보내주신
양가 부모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아기를 처음 안아봤다.
병원에서는 직접 안아볼 수 없었기에 더 특별했다.
3.4kg. 가볍고 따뜻한 무게.
하지만 마음속 책임감은 그보다 훨씬 무거웠다.
아내와 함께 아기를 안고 조용히 기도했다.
지혜로운 부모가 되게 해달라고.
이 아이가 따뜻한 세상에서 자랄 수 있게 해달라고.
아기의 손은 아주 작았고,
발은 생각보다 길쭉했다.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얼굴은 나를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장모님은 더 이뻐져야 한다며 웃으셨다.
어제 오늘, 수시로 우리 짐을 옮겨다 주신 장모님과 장인어른.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인데,
우리를 이렇게 챙겨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처음 아기를 만난 날,
기저귀를 갈다가 응가를 봤다.
당황해서 손에 똥이 묻었는데,
신기하게도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늘
“자식 똥은 냄새도 안 난다. 얼마나 예쁜지 아냐”
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괜히 떠올랐다.
정말 그랬다. 냄새도 안 느껴졌고,
그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아마도 이게 진짜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오늘 처음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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